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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E 나눠 가지기

작성자: LUNE 조회 수: 22137

아마 외동딸이거나 외아들은 이런 기분을 전혀 모르겠지만


나는 다섯명의 남매 중 네째로 태어나


첫딸 + 첫아들 + 가장 예쁜 아이 + 귀여운 막내 등의 존재들의 틈바구니에서


가장 수수한 얼굴과 가장 평범한 능력치로 

집에서 거의 존재감 제로에 가까운 녀석으로 자랐다.


반짝반짝 재능있고 아름다운 존재들의 틈새에서


딱히 말썽 부릴 것도 없고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딱히 못된 것도 아니고 착한 것도 아닌


흐릿한 나는


그 결과 당연히 사랑이라곤 받아 보지도 못한 채 어른이 돼 버렸다.

아예 사랑이 뭔지도 모른 채.



아무튼 그래서 자연스럽게(?)


여럿이 함께 있는 것, 뭔가를 나눠 가지는 것, 나랑도 친하고 쟤랑도 친한 내 친구,

나를 사랑한다면서 부모 형제를 챙기는 남자친구


나를 사랑한다면서 다른 여자도 사랑하는 남자


이런 것들에 알러지가 있다.



돌아보면


자신이라는 존재의 색깔을 보여주는 것이라던가


특별한 사람 취급을 받고 싶다던가


남들이 보기엔 전혀 무가치한 것들에 얽매여


자신을 색칠하는 사이에



지구가 여전히 돌고 있다는 것을 잠시 잊어


가는 곳마다 고양이를 몰고 다니면서


평범하지 않기 위해 오늘도 왠지 달의 기운에 의지하며 걷고 있다.


나눠가지지 않기 위해.


내가 다 가지고 싶으니까.



이해해줘.


나의 독점욕은


너무 못가져서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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