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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NE EMPTY CASTLE #1

작성자: LUNE 조회 수: 6594



어른 키 다섯배도 넘을 듯한 엄청나게 높은 담 위로


우뚝 솟아 있었던 아름다운 성에는


오래동안 틀지 않아 물이 나오지 않는 분수대와


관리하지 않아 무성하게 우거진 잡초 속에 그로테스크하게 구부러진 배롱나무(Crape Myrtle)와

수풀을 이용해 은거한 이래로 자기 집인양 살다가 사람을 보고 놀라 도망치는 고양이들.



성 안으로 들어서면 깜짝 놀랄 정도로 외관과 도통 어울리지 않도록 아무 것도 없는 인테리어의 한가운데


더욱 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낡은 소파와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 남들은 CD와 MD를 듣던 시절에 - VICTOR의 오래된 레코드 플레이어 뿐.


고급스럽기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컬렉션이라고 말하기에조차 부족한 말도 안되는 잡다한 구성의 레코드판들과


누가 읽을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정체불명의 취향으로 구성된 책들과


종류만 많고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은 각종 악기들로 가득 채운 유리문의 방


그 안에는 수백년동안 제어할 수 없는 괴물이라도 가둬 놓아 깊은 어둠의 잔류사념이 아직도 가득한 것 같은 구석진 방



어디선가 들려오는


잘 부르지만 낙엽처럼 메마른 마녀의 노래 소리.



나는 예전에


그 곳에서 잃어버리고 온


나의 순수와 희망과 빛을 되찾기 위해


오늘 밤도 굳게 잠긴 오른쪽 끝 방 앞에서


주문을 외운다.


"저를 사랑해 주세요."

문은 열리지 않고



눈을 뜨면


눈물은 진짜로 볼을 타고 흘러내리고


오래된 고독감은


오래동안 목이 마른데도 물을 마시지 않았을 때처럼


몸속을 찜찜한 열기로 미지근하게 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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